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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미국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아지는가? - 생활속민주주의 기자단(4기) 변윤재

관리자 2021.08.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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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아지는가?

- 생활속민주주의 기자단(4기) 변윤재


민주주의의 역사는 현대 정치의 발전 맥락과 함께 흘러왔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이를 ‘전염(contagion)’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정치제도가 가난한 남성 노동자들을, 흑인들을, 여성들을, 청년들을 끌어들일수록 민주주의의 규모는 꾸준히 커졌다. 그렇게 체급을 불린 민주주의 제도 아래 자유주의 정당들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였다. 미국 민주당의 ‘뉴딜 개혁’ (New Deal)이 대표적 사례다. 이것이 바로 기나긴 20세기 동안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사회주의에 맞서 승리할 수 있었던 현실적 기반이었다.

하지만 축제에 따른 비용은 축제의 기운이 가라앉은 뒤 청구되기 마련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동구권 국가들이 몰락하자 민주주의는 최전성기를 맞은 듯 보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마주한 문제는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체제 경쟁자가 사라짐에 따라서 민주주의는 점차 ‘고인물 대잔치’가 되어갔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공저자이자 저명한 정치학자인 벤자민 긴즈버그(Benjamin Ginsberg)와 매튜 크랜슨(Matthew Crenson)은 이 장구한 역사를 면밀하게 추적해 나간다.

긴즈버그와 크랜슨이 짚어낸 문제의 원인은 제목 그대로다. 민주주의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선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민주주의에서 정치 권력은 그 규모가 확대될수록 강력해진다. 그리고 그 방법은 권력을 널리 나누고 가능한 많은 사람이 ‘시민’의 지위로서 참여할 때 가능해진다. 정치 엘리트와 정당조직이 시민의 참여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이것이 민주주의가 축소된 결정적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제 미국의 정치인들은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그 대신에 거금을 들여 공중파 방송에 상대 후보 비방 광고를 쏟아붓는다. 시민들에게 명함을 돌리며 얼굴도장을 찍는 대신에 법원 판결과 관료들의 행정처분에 의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거제도를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정당조직이 폐지되었으며 도움이 필요한 보통사람들은 유권자 시장에서 외면당하게 되었다.

이 책의 역자 서복경 박사는 역자 후기에서 해당 도서와 한국 정치와의 유사성에 경계를 표한다. 선거자금 부패와 부정선거를 쓸어내리는 빗자루가 정당조직의 근간이 되는 조직 응집성과 당원의 유대 정서 등을 함께 쓸어내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일관된 비판과 낙담에 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그 본질상 끝없이 ‘축소’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축소를 거듭하다가도 그 임계점에 도달하면 민주주의는 확대하게 된다. 1890년대부터 끊임없이 축소되던 미국 정치가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뉴딜 연합’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그 사례다. 한국 정치, 한국 민주주의의 길은 어디일까? 2021년은 중대한 분기점이다.